금융권 출연금 요율 0.01%p 확대, 상생금융-서민금융 압박에 업계는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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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에 서민금융 중요성 확대, 금융권 출연금 높여 재정 충당하나
금융권 출연금은 확대, 정부 지출은 축소? 업계 내 불만 목소리 확산
상생금융에 서민금융까지 '압박', 업계 "민간 자금 의존도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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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정책서민금융상품 출연금을 확대한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늘어나는 서민금융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단 취지인데, 금융회사들은 이미 상생금융 등 명목으로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어 더 이상 부담을 늘리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에 정부 재정 투입을 함께 늘려 효용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따.

서민금융법 개정안 입법 예고, 금융사 출연금 요율 높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서민금융 출연금 요율을 가계대출의 0.03%에서 0.04%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입법 예고한다.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3년 만의 개정이다. 서민금융법은 금융사 가계대출액의 최대 0.1%를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출연하도록 규정하는 법으로, 금융사 출연금은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재원으로 활용된다. 총선 패배 이후 소상공인종합대책 등 서민 지원 확대에 보폭을 넓히고 있는 여당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기본 성격은 대출로, 무상으로 제공되는 복지 지원금과 성격이 다르다. 통상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등이 각 상품 조건에 맞춰 대출해 주고 서금원이 보증을 서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근로자 햇살론은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 소득 4,500만원 이하면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인 사람이 연 11.5% 금리로 2,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서금원은 90%까지 보증한다.

서민금융은 재원을 주로 보증에 활용하기 때문에 출연금 자체를 대출하는 것보다 많은 서민을 지원할 수 있다. 이번 요율 상향으로 금융권이 출연금을 900억원가량 늘리면 서민금융상품 공급은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가량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근로자 햇살론(1인당 2,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2만5,000~5만 명이 더 수혜를 입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출연 압박에 업계 부담 가중, “일방적 요구엔 한계 있어”

정부가 서민금융상품 출연을 압박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작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내놨다.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은행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면서 민생 부담 완화를 역설한 것이다.

다만 금융권은 정부의 압박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미 올해 초 2조1,000억원가량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부담을 더 키우기는 어렵다는 시선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저축은행 등 중소 금융권이 3,000억원, 카드·캐피털업계가 2,000억원의 상생금융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에 자금 투입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 재정 지출도 균형 있게 확대해야 서민금융을 지속 가능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만 자금 지출을 압박할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사 출연액은 2021년 2,100억원에서 지난해 2,700억원까지 늘었지만 막상 정부 재정 투입은 동기간 2,600억원에서 2,4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민간 부담만 늘리는 방식으론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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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불만 목소리도 “정부, 손 벌리기만 해선 안 돼”

올해 금융권의 지원이 이미 여러 차례 시행된 바 있단 점도 불만의 목소리를 키운다. 실제 지난 3월 하나·신한·우리·KB국민·기업·SC제일·한국씨티·카카오·광주·수협·NH농협·대구은행 등 12개 은행은 총 5,971억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했다. 당시 금융권은 서민의 대출·보증을 지원하는 서민금융진흥원에 2,214억원을 출연하고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에 158억원, 전기료·통신료·이자캐시백 등 소상공인 경비 지원에 1,919억원, 청년 등 금융취약계층에 총 1,68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달에도 주요 시중은행들이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금을 내놓고 공동으로 취약계층 금융지원을 돕겠다고 나선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이 각각 404억원, 363억원, 218억원의 출연금을 내놨고, 하나은행도 612억원을 출연해 금융지원을 강화했다. 이외 IBK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카카오뱅크, 광주은행 등도 출연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자금 지원이 거듭 이어져 왔음에도 다시 손을 벌리려는 정부의 모습은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는 힐난이 나오기도 한다. 지속성이 불안정한 민간 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의미 없는 기 싸움만 반복하고 있단 지적이다. 땜질식 처방을 멈추고 실질적인 서민 정책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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