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술유출 뿌리 뽑는다, 최대 형량 늘리고 초범도 실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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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형량 9→12년, 초범도 실형 적용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3→5배로 확대
기술유출 범죄 무죄판결 비율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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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형 특허청장 직무대리가 13일 특허청 기술보호 4중 안전장치 시행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특허청

오는 7월 1일부터 해외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양형기준 최대형량이 9년에서 12년으로 늘어나는 한편, 초범도 곧바로 실형이 선고되도록 집행유예 기준을 높인다. 8월 21일부터는 영업비밀 침해 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도 기존 손해핵의 3배에서 5배까지 확대한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배상액을 끌어올려 기술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특허청, ‘기술보호 4중 안전장치’ 마련

특허청은 “국가 경제 안보를 해치는 산업스파이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양형 기준 강화와 손해배상 한도 상향 등 ‘기술보호 4중 안전장치’를 마련해 본격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우선 지난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개정한 ‘지식 재산 및 기술 침해 범죄 양형 기준’에 따라 7월 1일부터 기술을 비롯해 영업 비밀의 해외 유출에 대한 최대 형량이 현행 9년에서 12년으로 늘어난다. 또 이전에는 초범일 경우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기술 유출 혐의에 대해선 초범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지 않아 가능한 한 실형이 선고될 수 있게 했다. 해당 방안은 7월 1일 이후 공소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오는 8월 21일부터는 영업 비밀 침해 등에 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확대된다. 특허청은 “지난 4월 대통령령 개정으로 특허청이 ‘방첩 기관’으로 새롭게 지정돼 산업스파이를 잡기 위한 기관 간 협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허청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경찰’의 수사 범위도 확대돼 영업 비밀 유출의 전 단계인 예비·음모, 부당 보유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게 됐다.

5년간 산업기술 96건 해외 유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6건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에서의 기술 유출 적발 건수가 38건(39.6%)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16건·16.7%), 자동차(9건·9.4%) 등이 뒤를 이었다. 유출된 기술 중 국가핵심기술이 33건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정부는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은 핵심기술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적발된 반도체 기술 유출 건수만 15건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한 뒤 인력을 고용해 기술을 얻거나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등 기술 유출 수법이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이 늘면서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유출 범죄 벌금을 현재 15억원 이하에서 최대 65억원 이하로 높이고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3배에서 5배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9월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다만 일부 조항을 두고 산업계 일각에서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인수하려는 외국인이 인수되는 기업과 함께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인수되는 국내 기업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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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죄 입증 쉽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 현실

그러나 문제는 벌금이나 양형 기준 상향 조정은 기술유출 범죄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유출 사범을 적발해도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우선 양형 기준을 적용하려면 피해액이 나와야 하지만, 이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유출된 곳이 해외일 경우에는 해당 국가에서 협조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로 인해 최대 형량을 높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긍정적 양형 인자를 모두 반영하고, 증거로 쓸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면 실제 적용 가능한 양형의 구간은 훨씬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대검찰청이 조사한 연간 기술유출 범죄 처리 현황에 따르면 재판에 넘겨진 기술유출 범죄가 무죄판결을 받는 비율은 15~20%가량으로, 일반 형사사건 비중이 1% 미만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다. 유죄로 인정된다고 해도 형량이 법정형(최대 15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최대 6년)이다. 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징역 1년을 선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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