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 공급 줄었다더니, 국토부 “19만 가구 과소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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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통계 19만여 가구 누락 정정
사상 처음 연간 통계 정정되는 대형 사고
국토부 "정책 흐름 바꿀 정도는 아냐"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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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작년 하반기 집계해 발표한 주택 공급 통계에 대거 오류가 있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주택 인허가·착공·준공 물량을 전국적으로 19만여 가구 적게 발표한 것인데, 이같은 대규모 오류는 1977년 주택 인허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사상 처음이다.

국토부, 지난해 주택공급실적 정정 발표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을 지난 1월 점검한 결과 데이터 누락을 확인하고,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를 정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42만8,744가구였지만, 3만9,853가구 적은 38만8,891가구로 잘못 발표됐다. 착공 실적도 20만9,351가구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3만2,837가구 많은 24만2,188가구였다. 특히 준공 실적은 31만6,415가구가 아닌 43만655가구로, 11만9,640가구나 오차가 발생했다. 이번에 발견된 누락 물량을 모두 합치면 19만2,330가구에 달한다. 오류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통계에서 나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 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그동안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IS·Housing Information System)과 건축행정정보시스템(세움터)을 직접 연계해 통계를 생산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전자정부법이 개정돼 국가기준데이터를 우선 활용하도록 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두 체계가 국가기준데이터관리시스템을 경유해 연결되도록 개편됐다. 이때 세움터에서 국가기준데이터 관리시스템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정비사업 코드가 누락돼 주상복합과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 공급 물량이 집계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HIS와 국가기준데이터 관리시스템을 연결할 때도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HIS 기능 개선 작업 도중 사업자 등 사업 현황이 변경된 경우 HIS에 준공 실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것이다. 이 외에도 정부가 말일 기준 매월 통계 작성을 마감하는데, 이후 발생한 사업 취소·변경 분을 통계에 반영하지 않은 사례도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 “별일 아니다”

정부는 이 같은 통계 오류에 대해 “별일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일 뿐이며, 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큰 차이도 아니라고 했다. 또 국토부가 지난해 오류가 있는 공급 통계를 근거로 부동산 공급 대책을 제시했는데, 어차피 공급 위축 흐름은 뚜렷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국토부 김헌정 주택정책관은 “공급 실적이 과소 집계됐더라도 경향성은 기존과 변화가 없다”며 “인허가의 경우 통계 정정 전에는 전년보다 26% 줄지만 정정 후에는 18%가 줄어드는데, 이는 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달랐다. 통계 시스템의 오류를 검증하는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통계 오류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일반적인 오류라고 보기엔 그 규모가 매우 너무 커 검증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걸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엉터리 통계가 부동산 시장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당장 준공 실적만 봐도 시장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23.5% 감소한 ‘공급 절벽’으로 받아들였는데, 실상은 오히려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틀린 통계로 인해 실제 착시가 일어났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전달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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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오류가 ‘전셋값 상승 원인’ 분석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불붙은 전셋값 상승세에도 이같은 통계 오류가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공급 위축에 대비해 지난해 ‘9·26 공급 대책’과 ‘1·10 부동산 대책’이라는 굵직한 공급 부양 대책을 두 차례 발표한 것도 국토부 통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렇듯 국토부의 주택 공급 통계는 향후 부동산 경기를 전망하는 핵심 지표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건설업체는 사업 추진과 분양 여부를 결정하고, 가계도 내 집 마련 시기를 판단하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주시한다. 또한 정부도 정책 수립·추진 근거로 이를 활용한다.

이런 이유로 통계를 함부로 건드릴 경우 처벌을 받는다. 실제 작년 한 해 국토부 일부 공무원들은 집값 통계 조작 의혹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 조작이 있었다면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통계 작성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하게 집값 통계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고 현재 국토부 전직 장·차관과 고위 공직자들이 기소돼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강신욱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강 전 청장은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통계) 표본집단 중 저소득층의 비율을 줄여 소득격차가 개선된 통계 결과가 나오도록 하고, 2019년 8월 기준 경제활동 인구조사(고용통계) 과정에서 통계 결과를 다르게 산출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방식(병행조사)의 조사를 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아 왔다. 경찰은 감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고발인이 문제삼은 소득·고용통계에 대해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고,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도 해당 내용은 혐의 사실에서 제외했다는 점을 고려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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