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의 혁신 엔진’ 크로톤빌 연수원 매각, 기업교육의 종말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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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1956년 크로톤빌 연수원 문 열어 
비용 감축 기조에 비싼 연수원들 정리
온라인 교육 등 대체 방안 부상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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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잭 웰치 리더십개발센터(크로톤빌 연수원)/사진=GE 홈페이지

1990년대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며 최전성기를 누렸던 글로벌 기업의 연수원들이 잇달아 매각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비대면 교육이 보편화되고, 일터에서 익히는 직장 내 교육(OJT, on-the-job training)이 확산함에 따라 직원 교육의 경로에 대한 효율성 제고 노력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컨벤션 산업의 활성화로 호텔 등 인근 시설을 대체해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교육 시설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GE 3사를 아우르는 통합 교육시설 필요성에 의문 제기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난 70년간 운영해 온 크로톤빌(Crotonville) 연수원을 부동산 투자자와 패밀리오피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약 2,200만 달러(약 304억원)를 받고 매각했다”며 “이는 기업교육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크로톤빌은 회의 공간을 대여해주는 예약제 컨퍼런스 센터로 탈바꿈한 상태다.

1956년 개장한 크로톤빌 연수원의 정식 명칭은 ‘잭 웰치 리더십개발센터’로 그동안 GE 직원들을 위한 연수나 워크숍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주로 고성과자나 임원을 대상으로 토론 위주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존슨앤존슨, 3M, 보잉, 모토롤라 등이 크로톤빌의 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운영하기도 했다.

GE가 한때 회사의 ‘브레인’이자 ‘혁신의 엔진(Innovation Engine)’으로 불렸던 상징적인 장소의 매각을 결정한 데는 GE의 분사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GE는 지난 2021년 11월 GE 에어로스페이스, GE 헬스케어, GE 베르노바 등 3개 회사로 분사하고 올해 4월 초 분할 상장을 마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원 교육은 핵심 업무와 가까운 일터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조가 강화되면서 3개 회사를 아우르는 거대한 트레이닝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온라인 교육의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비대면 활동이 확산되면서 사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교육을 받을 필요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분사 이후 래리 컬프 GE에어로스페이스 CEO(최고경영자)는 크로톤빌 연수원의 매각 조치와 관련해 “3개의 분리된 회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직원 교육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인력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를 전달할 방법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3M·보잉 등 글로벌 기업들, 비용 절감 위해 연수원 매각

다른 기업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과학기업 3M은 ‘사무실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모토 아래 미네소타주에 연수원 ‘원워크’를 설립했지만 최근 매각을 결정했다. 원워크는 680에이커에 달하는 대규모 리조트 겸 컨퍼런스 센터로 1950년대부터 3M의 고성과자 연수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3M은 비용 절감을 위해 원워크의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항공사 제조업체 보잉 역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시 인근에 위치한 285에이커 규모의 리더십센터를 매물로 내놨다. 보잉의 리더십센터는 1997년 경쟁사였던 맥도널 더글라스를 합병하면서 인수한 물려받은 연수원으로 14개의 강의실과 200개의 객실, 2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연회장으로 이뤄져 있다. 사원들의 건강을 위한 비치발리볼과 테니스 경기장도 마련돼 있다.

고객 관계 솔루션 업체 세일스포스의 경우 지난 2022년 캘리포니아주 스코츠밸리에 있는 레드우드 숲 사이 75에이커 규모의 부지에 복지형 근무센터 임대계약을 맺었지만 지난해 이를 해지했다. ‘트레일블레이저 랜치(Trailblazer Ranch)’으로 불리던 이 장소는 임직원들이 사원 연수를 받고 하이킹, 요가 등을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테크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결국 임대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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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대학교(Deloitte University) / 사진=딜로이트

딜로이트대학교, KPMG 레이크하우스 등 연수원 확장

다만 WSJ는 “연수원이 계속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학습과 모임을 위한 전용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 경영진들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1년 딜로이트는 텍사스에 리더십센터인 ‘딜로이트대학교(Deloitte University, DU)’를 개원했다. 오는 2025년 DU의 캠퍼스를 확장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세계적 회계‧컨설팅 기업 KPMG도 지난 2020년 플로리다에 KPMG 레이크하우스(Lakehouse)를 개장했다. KPMG 레이크하우스에는 800개의 1인용 객실을 비롯해 하루 최대 1,2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있다. KPMG는 직원 교육뿐 아니라 고객 초대, 콘퍼런스 개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 KPMG 미국 법인의 폴 노프 CEO는 “회사는 연수원을 인재 양성을 위한 좋은 방법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리더십 개발의 측면에서 레GE의 크로톤빌 연수원 사이에 유사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적인 교육시설로 연수원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비용이 많이 드는 접근 방식이다. 실제 연수원의 전성기 시절 GE는 직원 교육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수원을 매각하는 모든 기업이 직원 교육에 전념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온라인 교육도 메타버스 연수원이나 별도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자사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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