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 실현되나” 부실 공포에 휩싸인 건설업계·금융권, 정부 기관 지원사격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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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종료, 부동산 PF '옥석 가리기' 본격화 조짐
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건설사, 흔들리는 제2금융권
캠코, 금융위원회 등 본격적인 건설업계 지원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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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거가 마무리되면서 ‘4월 위기설’의 공포가 본격적으로 건설업계를 휩쓸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를 마친 정부가 본격적으로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 건설 경기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다. 부실의 그림자가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집어삼키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유관 기관은 시장 연착륙을 위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 ‘옥석 가리기’ 본격화할까

1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70%에 육박했다. 이는 2022년 말(1.19%) 대비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7%까지 치솟는가 하면,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2011~2014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연쇄적 부실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총선 이후 PF 부실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이른바 ‘4월 위기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선거 전에는 정부가 직접 일부 건설사의 부도를 막는 방패 역할을 수행했으나,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4월 위기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총선이 마무리된 후 정부에 의해 ‘감춰져 있던’ 부실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부실 가능성이 있는 PF 사업장의 정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차후 적극적인 옥석 가리기를 통해 전체 PF 대출 잔액을 경감, 건설업계의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한계 기업이나 시행사들이 줄도산하며 건설 경기 전반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건설업-금융업의 연쇄 부실 위기

건설업계의 위기 상황은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24일 전문건설공제조합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공제조합원사의 보증금 청구액은 2,35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1,912억원) 대비 23.1%가 증가한 수준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 보증금 청구는 보통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공사 대금을 확보하지 못할 때 이뤄진다. 보증금 청구액 증가는 곧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업체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건설공제조합-보증금-청구액-추이

건설사들의 신용 등급이 줄줄이 미끄러지고 있다는 점 역시 악재로 꼽힌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GS건설의 신용 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신세계건설의 신용 등급은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됐으며, 한신공영과 대보건설의 신용 등급(BBB)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문제는 건설사에 있어 신용 하락은 치명적인 리스크라는 점이다. 신용 등급이 하락할 경우 부동산 PF 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회사채 판매가 부진해지며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건설업계의 부실은 고스란히 금융권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특히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기업금융 의존도가 높은 제2금융권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잔액(189조원) 중 캐피털사와 저축은행 잔액은 약 4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각 사의 자기자본 규모와 비교하면 결코 작지 않은 수치다.

더욱이 시장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신용 ‘A등급’ 이하 캐피털사·저축은행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비중이 각각 149%, 124%에 육박한다. 이 중 만기가 통상 6개월 안팎으로 짧은 브릿지론(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하거나 인허가를 받기 위해 사용하는 대출)과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본 PF 등 단기 부동산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캐피털사는 자기자본 대비 118%, 저축은행은 113%다.

정부의 연착륙 지원책

시장이 혼란에 휩싸이자, 정부 및 유관 기관은 시장 연착륙을 위한 각종 대책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우선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캠코)의 경우, 저축은행 업권이 보유한 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 NPL)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입 대상으로는 PF 대출과 토지담보대출 등 담보부 채권 등이 고려되고 있다. NPL을 대규모 매각하면 저축은행은 치솟은 연체 부담을 해소하며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된 NPL 비중)은 지난해 말 7.72%로 2년 전(3.36%) 대비 두 배 넘게 급등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 부문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가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심사 시 시공사 연대보증 요건도 일부 완화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PF 사업자 대상 보증 공급 규모를 총 9조원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연내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비주택사업장 보증 규모도 4조원가량 늘릴 예정이다.

그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던 캠코의 ‘PF 정상화 펀드(이하 캠코 펀드)’의 구조도 일부 개선한다. 지금까지 캠코 펀드의 자금 집행은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PF 채권의 할인 매입에만 허용돼 왔다. 정부는 향후 본PF 사업장을 집행 대상에 포함하고, PF 채권 할인 매입 없이도 추가 신규 자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건설사의 PF 관련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에 마련한 ’85조원+알파(α)’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 예산 중 8조원을 건설사 유동성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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