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이 낳은 전세사기 여파에 ‘HUG’ 4조원 적자, “곳간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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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전세사기 여파로 지난해 당기순손실 4조원 육박
국토부, HUG에 4조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
HUG 자본금 확충 위해 투입된 혈세만 1년 새 5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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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전세사기와 역전세난 여파로 인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지급해 줬으나, 이를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것이 순손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HUG는 작년 한 해에만 3조5,000억원 이상을 대신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HUG의 적자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는 가운데, 신규 보증 발급 중단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거액의 현물을 쏟아붓기로 했지만 올해도 대위변제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HUG 당기순손실, 3조8,598억원

HUG의 결산 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HUG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4,087억원 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1993년 설립 이후 최대 적자다. 2010년만 해도 HUG는 매년 3,000억~4,00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거둬 재무구조가 우량한 공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10년 치 영업이익을 최근 2년 사이 적자로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사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지난해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전세 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세입자들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HUG가 지난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급한 돈(대위변제액)은 3조5,54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이는 전년(9,241억원) 대비 자그마치 4배 수준이다.

그러나 채권 추심이나 경매 등을 통해 이를 회수한 비율은 지난 2019년 연간 58%(당해연도 회수금/대위변제 금액)에서 2022년 24%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7월 기준 1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통상 HUG는 대위변제 후 보증 사고가 발생한 주택을 매각하거나 경매에 부쳐 돈을 회수한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1~2년 정도 소요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적정 가격에 매각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회수가 늦어지고 있다. 더욱이 피해 주택을 경매에 부친다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피해 금액의 70~80% 정도만 회수가 가능해 결과적으로 조 단위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문제는 HUG의 경영 부담이 올해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전세 시장 거품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22년 상반기 체결됐던 계약의 만기가 올해 도래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수도권 주택 전셋값은 2022년 2월에 비해 13% 낮은 수준에 책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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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자본금 확충에 국가 재정 투입, 국토부 4조원 현물 출자

HUG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일각에서는 자칫 신규 보증 발급이 중단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세 보증보험 등 보증을 발급할 수 있는 한도가 HUG 자본 총액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손실이 누적돼 자본이 감소하면 보증 발급 한도가 줄어드는 구조다. HUG의 자본은 지난 2021년 말 6조470억원에서 작년 말 2조996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HUG의 최대 주주(70.25%)인 국토교통부는 신규 보증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달 4조원 규모의 한도로공사 주식을 HUG에 현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가 보유한 도로공사 주식 3억5,964만7,546주를 현물 출자하고, HUG는 주당 5천원에 8억 주를 신주 발행하는 구조다.

HUG가 국토부로부터 출자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2월과 12월에도 각각 7,000억원, 3,839억원을 현금으로 출자한 바 있다. HUG 자본금 확충을 위해 1년 사이 약 5조1,000억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HUG 전세 보증보험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HUG의 보증 발급 상한선을 자기자본의 60배에서 70배로 늘리기도 했다. 아울러 보증 한도를 늘리고 자본을 확충하는 법안 역시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HUG의 법정자본금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과 현재 자기자본의 70배인 보증 한도를 90배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임차인 위한다던 ‘임대차3법’, 전세사기 기폭제로

HUG의 이같은 실적 악화는 지난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여파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월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입법 시행된 ‘임대차 3법(전월세 상환제,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35% 넘게 폭등하고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같은 해 9월부터 HUG의 보증 수수료를 70~80% 인하했다. 또한 임대차3법을 기반으로 임차인 보호를 확고하게 다진다는 명목하에 주택임대사업등록(주임사) 건물주에 보증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모든 주임사 물건에 대해 이를 소급 적용했다.

하지만 임차인 보호라는 명분으로 시행한 HUG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정책은 전세 사기의 도구가 돼 버렸다. HUG 보증보험을 발판으로 전국에서 전세 사기판이 벌어졌고, 천문학적 규모의 전세 자금 대출이 무방비로 방출됐다. 지난 2021년 부동산 가격과 전세 시세가 가파르게 치솟자 정부는 HUG의 보증 아래 전세자금대출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만 19세가 넘는 국민이라면 소득이 없어도 전세 보증금의 최대 9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는 저금리 상황이라 월세를 내는 것보다 대출 이자가 적었다.

더욱이 HUG 등은 전세 대출금을 최대 100% 보증해 줬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당장 보유하고 있는 돈이 적어도 빚을 내서 전셋집을 가는 게 유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한 일부 부동산 업자들이 자기 자본 없이 전세 보증금 대출을 이용해 빌라 수백 채를 매입한 뒤 바지 사장에게 넘겨 보증금을 떼먹는 전세 사기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실제로 2021년 대출이 이뤄지고 2년 만기가 도래한 2023년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임차인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시행한 전세 보증보험 가입의 확산이 역설적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통한 전세 사기의 기폭제가 돼 많은 임차인을 궁지로 내몰았고, HUG의 조 단위 손실을 야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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