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초양극화’ 서울 아파트는 오르고 지방은 미분양 속출

pabii research
중저가 아파트 가격 낮춰서 거래, 고가 아파트는 호가 하락하지 않아
성수동 '트리마제' 13억 오르고, 압구정 '현대'도 거래가 100억 넘겨
초고가 아파트 거래로 전체 집값 상승효과, 아직 회복세 판단은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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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이 쌓이면서 중저가 아파트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만 거래되고 강남구 등의 고가 아파트는 호가가 하락하지 않으면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매물이 쌓인 상황에서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로 전체 아파트 가격이 반등한 것일 뿐 회복세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3월 서울 아파트 매물 8만 건 넘어, 한달 새 4.8% 증가

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2,501건으로 한달 새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물량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가 같은 기간 매물이 12.6% 증가했다. 이어 서초구 12.1%, 송파구 11.2%로 10% 이상 매물이 늘었고 이어 동대문구 6.2%, 강동구와 동작구가 각 6% 순으로 집계됐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매물이 감소한 곳은 중구와 광진구 2곳으로 각각 -1%, -1.8%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이 늘어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지만 최근 서울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거래량이 살아나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4주차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1% 오르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매물 증가폭이 가장 컸던 강남구와 서초구는 보합세를 기록했고 송파구는 0.05% 상승하면서 0.12%를 기록한 마포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거래량과 가격이 함께 오르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부동산 시장에 나온 급매물이 거의 대부분 소화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재정적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이 내놓은 물량이 시장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매도인들이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이 늘어남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해 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시장에 매물을 내놨고, 높아진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상승거래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 상승거래 비중은 42.17%로 전월 대비 3.42%p 늘어났다. 상승거래 비중은 지난해 10월 47.31%를 기록한 이후 30%대에 머물다가 지난 1월부터 상승세를 돌아섰고 2월 들어 40%대를 회복했다. 다만 최근의 매물 증가를 두고 향후 아파트 가격 상승까지 기대하기에는 이르다. 장기간 하락한 집값이 초고가 아파트 거래로 일부 반등했을 뿐 완전한 회복기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초고가 아파트 연일 최고가 경신, ‘5분위 배율’은 악화

이런 가운데 강남구, 서초구 등을 중심으로는 초고가 주택들이 연일 신고가를 쓰고 있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100억원을 넘는 거래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6·7차’ 전용면적 245㎡ 아파트의 거래가는 115억원이다. 압구정동에서 100억원이 넘는 거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아파트의 2021년 4월 거래가는 80억원으로 3년 새 35억원이 오른 셈이다. ‘현대 12차’ 전용면적 182㎡ 아파트도 69억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서초구의 상황도 비슷하다. 반포동 소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40억4,000만원으로 신고가를 썼다. 지난 1월 거래가 38억원에서 2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 전용면적 59㎡ 아파트도 지난달 22억5,000만원에 매매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성수동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면적 136㎡ 아파트는 57억원에 거래됐다. 종전 거래가격은 2021년 5월 43억9,000만원으로 3년 새 13억원 가량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역과 단지별로 상승과 하락이 존재하고 매수와 매도 희망가의 차이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만 거래되고 고가의 아파트는 매물이 나오기만 팔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에도 영항을 미쳤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서울 아파트가 급매물 위주로 거래됐다고 하지만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는 현재 가격에 집중하기보다는 미래가치에 초점을 두고 거래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고가 아파트는 점점 비싸지고, 중저가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3월 가격 기준 하위 20%의 평균 거래가는 4억9,690만원으로 전월 대비 135만원 하락했다. 반면 상위 20%의 평균 거래가는 24억6,383만원으로 전월 대비 2만원 올랐다. 집값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도 악화했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지난달 5.0을 기록하면서 2018년 4월 기록한 5.1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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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분양시장·건설시장에서도 수도권-지방 간 양극화 심화

양극화 현상이 분양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주택 매수 수요층의 선호도가 높은 1군 건설사도 지방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서울 아파트 단지는 청약에서 호조를 보이는 반면 지방에 시공하는 신규 분양 단지는 부진한 청약 성적표를 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4일부터 6일까지 일반분양을 실시한 울산 남구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아파트는 559가구 모집에 52명이 접수해 물량의 90% 가까이 미분양됐다. 

지난 2월 청약을 실시한 대구 서구 ‘반고개역 푸르지오’ 아파트도 239가구 모집에 고작 19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민간 아파트의 초기 분양률은 100%를 기록한 반면 지방은 69.8%에 그쳤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6.8%p 떨어진 수치다.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건설 경기 회복과 아파트 공급 물량 확대가 우선돼야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건설공사 계약액은 72조원으로 최근 3년 평균치 76조9,000억원에 비해 6.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건설공사 계약액도 24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 감소했다. 특히 공공보다는 민간부문,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 건설사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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