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은 보조금 뿌리는데, 한국선 삼성·SK하이닉스도 ‘찬밥’ 신세? “반도체가 젖줄이라던 한국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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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또 보조금 지원하는 일본, '사무라이 반도체' 부활 꿈꾸나
탈중국 기조 아래 자국 반도체 활성화 노리는 미·일, 정작 한국은 "지원 없는 수준"
반도체 소부장 인프라 아래 기업 진출도 '속속', 거듭 성장 개연성 더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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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에 연내 추가로 5,900억 엔(약 5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이른바 ‘사무라이 반도체’의 부활에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은 국가 및 정부로부터 여전히 찬밥 신세다. 실제 일본이 보조금을 뿌릴 동안 우리 정부는 세액공제 혜택 10%가량을 얹어준 데 그쳤다. 이에 국내 시장에서도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듭 이어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예산당국에서 막아서는 모습만 반복되면서 업계의 기대감만 위축됐다.

일본 정부, 라피더스에 약 1조 엔 투자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금명간 라피더스 추가 지원책을 발표한다. 경제산업성이 지금까지 밝힌 보조금만 3,300억 엔(약 3조원)에 이르는데, 이번에 추가 지원하는 5,900억 엔을 합하면 총 1조 엔(9조원)에 가까운 규모가 된다. 도요타자동차, NTT 등이 출자한 라피더스는 2020년대 후반 2㎚(나노미터)급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5,900억 엔 중 500억 엔 이상은 후공정 기술 R&D에 사용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의 후공정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회로 미세화가 한계에 이르면서 여러 반도체를 같은 기판 위에 쌓아 성능을 높이는 3차원 장치나 서로 다른 여러 반도체를 조합한 칩렛 등 후공정 기술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9일에도 도요타, 닛산 등 차량용 반도체 R&D에 10억 엔을 보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율주행 등에 쓰이는 첨단 제품으로, 2030년 이후 상용화가 목표다. 이 반도체 역시 라피더스에서 양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는 최첨단 반도체의 공급망 구축까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일본인쇄가 라피더스 전용으로 회로 형성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를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라피더스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 해외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역시 홋카이도에 라피더스 지원 거점을 설치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 이외에도 다양한 반도체 기업들에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 내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단 취지다. 실제 일본에서 지금까지 확정된 관련 보조금만 총 1조6,000억 엔(약 14조원)에 이른다. TSMC 구마모토 제1공장만 해도 총 1조 엔이 투입됐는데, 이 가운데 약 4,760억 엔(약 4조2,000억원)을 보조했다. 일본 정부는 연말 착공하는 TSMC 구마모토 제2공장에도 7,300억 엔(약 6조5,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간 “민·관을 합쳐 반도체 투자 규모를 10조 엔(약 9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뜻을 밝혀 온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본격적으로 쌍익을 펼치기 시작했단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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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반도체 활성화에 사활 건 일본, 왜?

이처럼 일본이 자국 내 반도체 기업 활성화에 사력을 다하는 데엔 ‘탈중국’의 영향이 적지 않다. 반도체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사실상 없다시피 할 정도로 줄이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최종 목표다. 이 같은 기조는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기시다 총리의 입장을 통해서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오는 10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자동차·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레거시(범용) 반도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에 합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정상회담 공동문서엔 ‘동지국(동맹·우호국)과 협력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라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라며 “자국이나 동맹·우호국으로 (조달을) 전환해 중국 편중을 해소하는 게 최종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중국의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에 의견을 모은 뒤 이를 주요 7개국(G7)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레거시 반도체를 중국에서 조달하던 일본 기업이 거래처를 다른 나라로 바꿀 경우 보조금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양국의 입장이 그만큼 견고하단 방증이다. 글로벌 추세의 변화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팹 투자 규모는 지난해 470억 달러(약 62조4,200억원)에서 2026년 374억 달러(약 49조6,900억원)로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주요국 중 반도체 팹 투자가 줄어드는 곳은 중국이 유일하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203억 달러(약 26조9,700억원)에서 2026년 353억 달러(약 46조9,000억원)까지 팹 투자액이 7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으며, 일본은 지난해 64억 달러(약 8조5,000억원)에서 2026년 132억 달러(약 17조5,400억원)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변동 폭이 큰 90%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미·일은 보조금 뿌리는데, 반도체 중심 한국은 “세액공제해 드립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간 팹 투자가 228억 달러(약 30조2,900억원)에서 324억 달러(약 43조500억원)로 팹 투자액이 약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적지 않은 상승 폭이긴 하나, 업계에선 “한국 입장에서 젖줄과도 다름없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다소 뒤처져 보인단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시장에 한국은 편승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단 의미와 진배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패권 경쟁을 이어가는 각국 정부는 적잖은 보조금을 쏟으며 산업 성장에 아낌 없는 지원을 퍼붓고 있지만, 막상 반도체 업계를 ‘젖줄’이라 일컫는 우리 정부는 별다른 산업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단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은 설비투자를 할 때 투자금의 1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으며, 올해까지는 한시적으로 10%의 추가 공제도 받는다. 세액공제 혜택은 공장 가동 후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간접 지원 방식이다. 결국 보조금을 뿌리는 각국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나마 지원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혜택마저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이 가시화하며 사실상 없는 셈이 됐다. 대기업 집단의 이익과 사업 구조에 따라 국외 법인이 해당 국가에서 받은 세제 혜택 중 상당액을 국내에 다시 내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연결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이 특정 국가에 내야 할 실효세율이 15%보다 낮을 경우 본사 소재지 정부에 차액을 내야 하는 제도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다른 나라처럼 우리 정부도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거듭 성장 개연성을 더하고 있다. 외신들도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가장 큰 성과를 본 국가는 일본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TSMC의 일본 공장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이른 올해 말 가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가 효율적인 지원 정책과 잘 짜여진 일정 관리, 반도체 기업과 관계 강화 등 다른 국가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요소를 앞세워 이러한 성공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TSMC는 반도체 제조사와 고객사, 협력사 기반과 일본 정부 및 학계의 지원 등 모든 요소가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다는 입장도 전했다. 애초 일본 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든든한 밑바탕을 이루고 있어 협력사들의 생산설비 등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낮았단 점이 영향력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일본에선 TSMC 외에도 웨스턴디지털(WD), 키옥시아, 르네사스, 로옴, 도시바 등 다양한 반도체 제조시설이 잇달아 가동을 시작한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공동으로 투자한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 12인치 낸드플래시 공장은 오는 3분기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양사가 공동으로 1조 엔을 투자해 일본 북부 이와테현 기타카미에 건설 중인 낸드 공장은 올해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일본 차량용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올해 새로운 전력 반도체 생산 라인을 가동할 방침이며, 일본 도시바와 로옴세미컨덕터는 올해부터 전력 반도체 생산라인을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잖아도 반도체 소부장 분야에서 앞서 있는 일본이 거듭 투자를 이어가는 가자, 국내 시장 일각에선 “정부 지원 없이 정체 상태에 머물게 된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에만 불 떨어진 셈이 됐다”는 힐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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