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건전성 우려’에도 역대 최대 8,781억원 정부 배당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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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조5,000억원 흑자 달성하며 정책금융 손실 흡수
한전 적자 이어지면서 정부 배당 유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과도한 정부 배당으로 BIS비율 등 재무 건전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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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KDB산업은행이 9,000억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2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앞서 정부는 배당 성향 35%를 요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전력 적자로 인한 지분법 손실과 BIS 지표 악화 등을 고려해 배당금 지급을 유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 “7년 연속 흑자 달성, 배당으로 정부 재정에 기여”

지난달 29일 산은은 전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8,781억원의 정부 앞 배당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금으로 이에 대해 산은은 “지난해 총 2조 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성과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최근 5년 동안 △2019년 1,449억원 △2020년 1,120억원 △2021년 2,096억원 △2022년 8,331억원 △2023년 1,647억원의 정부 앞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날 산은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등 구조조정 현안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기업 구조조정, 모험자본 투자 등 정책금융 수행에 따른 손실을 흡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이후 7년 연속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화에 기여해왔다”며 “올해는 역대 최대 배당금 지급을 통해 국내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정부의 재정수입 확보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산은은 초격차 미래전략산업 육성, 녹색금융 지원 등에 86조5,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자산 확대를 통한 경상이익 기반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을 통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환입하는 등 추가이익을 시현하면서 2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산은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해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 경영 정상화에 투입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 기후위기 대응, 지역균형발전 등 민간자본 투입이 어려운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재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35.4% 배당 성향 요구

정부는 산은의 지분 100% 보유한 최대주주로 산은의 배당금은 전액 정부에 지급된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는 산은에 35.43%의 배당성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요 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정부 배당성향으로 산은에 이어 △기업은행 31.2% △하나금융지주 27.5% △우리금융지주 26.2% △KB금융지주 26.1% △신한금융지주 23.5% 순을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미국 은행의 연이은 파산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게 사실상 배당 확대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0.2% 낮아진 25.5%를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 정부는 2021년 33.84%이던 정부 배당성향을 지난 35.43%로 1.59%p 상향했다.

일반적으로 산은의 배당금은 1,000억원에서 2,000억원대 수준에서 결정돼 왔다. 산은의 역대 최대 배당금은 지난 2022년 8,331억원으로, 당시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이던 HMM의 턴어라운드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배당금이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산은은 2조9,2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올해 정부가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아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미래 핵심산업 육성에 있어 산은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8,000억원대에서 배당금이 결정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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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전경/사진=산업은행

현물 출자 통해 건전성 지표만 개선하는 방식에는 한계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은이 지분 33%를 보유한 한국전력의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한 배당금을 요구하면서 산은의 신산업 육성은 물론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제한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한전은 영업손실 4조5,416억원, 당기순손실 4조7,16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영업손실 32조6,000억원, 당기순손실 24조4,219억원에 비해 크게 개선됐지만 한전의 적자 누적에 따른 산은의 부담을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산은은 지난 2022년 8조507억원원 가량의 지분법 평가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조3,000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떠안았다.

한전의 적자가 산은의 자본 적정성에 악영향을 주면서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산은의 BIS 비율은 지난 2022년 13.4%에서 2023년 1분기 13.11%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정부의 현물 출자를 통해 BIS 비율 13.66%를 회복했지만 금융 당국에서 권고하는 13.0%의 하한선을 겨우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에도 기재부는 정부가 보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산은에 2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현금으로 받아가는 대신 현물 출자 방식을 통해 건전성 지표의 수치만 지키는 데만 신경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금 출자와 달리 현물 출자는 실제 현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회계상 수치로만 자본이 보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도 산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정부 배당을 유보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누적 적자가 확대되면서 산은의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며 “한시적으로 정부 배당을 유보하고 이 재원으로 산업계 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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