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메리카 시대는 끝났다” 美 기업 요구에 멕시코로 생산기지 이전하는 폭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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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격화 속, 니어쇼어링 전략 강화 기업 증가
대만 폭스콘, 멕시코서 AI 서버 생산 '아마존·구글' 등 공급
멕시코, 지난해 중국 제치고 미국 최대 수입국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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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폭스콘 페이스북

대만 제조기업 폭스콘(Foxconn)이 멕시코에서 인공지능(AI) 서버 생산을 확대한다. 반도체,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 주요 기업들이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생산기지를 멕시코로 이전하라고 요구하면서다.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전략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미국 주요기업 협력사들, 중국→멕시코로 생산기지 이동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협력사에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멕시코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제조업체인 폭스콘을 포함한 대만 협력사들은 멕시코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폭스콘은 지난 4년 동안 멕시코에 6억9,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2월에는 약 2,700만 달러를 들여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에 있는 토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폭스콘은 해당 부지에 건설하는 공장에서 AI 서버를 대규모로 생산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기업들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콘뿐만 아니라 다른 대만 주요 기업들 역시 미국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해 멕시코 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델, 휴렛팩커드(HP)도 주요 협력사에 서버, 클라우드 컴퓨팅 생산과 관련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 멕시코로 사업장을 이전할 것을 요청했다. 두 기업은 중국에 종속된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싶다는 뜻을 협력사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기업들이 탈중국, 멕시코행을 택하면서 현재 멕시코에 진출한 대만 기업은 300곳, 고용 인원은 7만 명에 이르며, 지난해 대만·멕시코 간 교역 규모는 150억 달러(약 20조2,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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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최대 수입국 1위 자리 멕시코에 내줘

그간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한몸인 ‘차이메리카’로 불릴 정도로 밀접한 교역을 이어왔다. 미국은 최근 십수년 동안 중국을 최대 수입국으로 삼아 저가 상품을 사들여 물가를 관리했고 중국은 달러화를 쓸어갔다. 중국은 2018년 3월 이전 1년까지도 미국 상품 수입액의 21.8%를 차지하는 파트너였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최대 수입국’ 지위를 멕시코에 내주게 됐다. 14년 만의 일이다. 지난 2월 미국 상무부의 2023년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들여온 상품 수입액은 총 4,27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 이에 비해 인접 멕시코에서의 수입액은 4.6% 늘어난 4,756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멕시코가 중국을 제치고 미국 최대 수입국이 됐다.

기업들이 멕시코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세계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인건비 부담은 낮아서다. 멕시코의 31개 주 가운데 인건비가 높은 케레타로주의 2022년 기준 월 임금은 480달러로, 미국에서 인건비가 가장 낮은 디트로이트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미중 갈등이 촉발한 공급망 재배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멕시코는 사실상 미국과 단일시장으로 취급돼, 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미국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과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실제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근접성이라는 지정학적 이점 때문에 1999년 이후 글로벌 기업 1만3,000여 곳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낮은 임금과 관세, 미 수출 최적의 교두보로

멕시코가 미국 수출의 교두보로서 최적의 지역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는 낮은 관세다.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에 기반해 멕시코에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아시아 제조공장 역할을 해 왔던 중국의 경우 공급망 다각화를 꾀하려는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탈중국 정책’의 영향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에서 사상 최대 일자리 도둑질을 자행했다”며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중국 대표 IT 기업인 화웨이·ZTE와의 거래도 금지했다. 2021년 출범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 고율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는 등 자국 보호주의 성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놓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미국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3.9%로 고꾸라졌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친서방 진영의 중국 의존도도 낮아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브라질 같은 자원 수출국이나 아세안 신흥국의 중국 의존도는 높아지는 등 세계 공급망이 ‘서방 진영 대 중국 진영’으로 나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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