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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 사과가 불러온 신풍속도 ‘애플레이션’, 수입 확대가 능사일까

농식품부 ‘비상수급안정 대책회의’ 개최
수출 소극적인 일본 대신 유럽산 사과로 눈 돌려
병해충 방지·농가 수입 보전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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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식품 비상수급안정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사과 가격을 일컫는 이른바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32년 만에 최고점을 찍은 과일 가격 탓에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까지 급등하자 정부는 그간 수입 금지 품목이었던 사과의 검역을 서두르며 민생물가 안정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본 및 유럽산 사과 수입이 유력한 가운데 농가에서는 병해충 유입에 따른 피해나 농가 수입 감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철과일 풀리는 봄부터 가격 안정 예상”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송미령 장관 주재로 ‘농식품 비상수급안정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뉴질랜드와 독일 등 유럽산 사과를 들여오기 위해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농식품 물가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관련 업계의 동참과 협조를 구하고, 유통 및 식품 업계의 현장 의견과 애로사항을 청취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날 청과물시장을 방문해 사과 값을 점검하고 온 송 장관은 “일본산 사과 수입과 관련해 이야기나 나왔는데,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일본 내에서 자국산 사과 소화량이 많아 수출 가능한 물량이 한정적이라는 의견을 받았다”며 “일본 측에서 사과 검역을 재개하자는 요구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당초 한국과의 사과 수입 검역에서 가장 빠른 진전 속도를 보였던 일본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는 협상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적극적인 사과 수출국은 뉴질랜드와 독일이며, 미국과 호주, 이탈리아, 중국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송 장관은 “전 세계에서 사과 수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네덜란드인데, 네덜란드와는 아직 수입 검역 협상을 시작하기 전”이라며 “네덜란드처럼 협상 전인 국가들도 검역을 신청하면 관련 절차를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수출국을 확보해 공급을 안정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사과 가격 안정 시점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봄을 앞둔 만큼 곧 안정화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견해다. 송 장관은 “작년 추석이나 올해 설 같은 성수기와 겨울철이 지나가고, 봄부터 시장에 제철과일이 풀리기 시작하면 사과 가격도 차츰 안정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일값 추가 상승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과수요로 이어진 만큼, 이를 진정시키면 가격 안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내 사과를 포함한 과일값 안정을 위한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해당 경쟁력 제고 방안에는 농장의 냉해 방지용 열풍방상팬 설치 지원 등 단기 대책은 물론 과일 수급 관리를 위한 중장기 대책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송 장관은 “올겨울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선제 방역 조치로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계란이나 돼지고기, 소고기 가격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바 있다”며 “사과 가격 또한 농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잘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사과(후지 품종 상품) 10kg당 도 가격은 9만1,700원으로 1년 전(4만1,060원)과 비교해 123.3% 뛰었다. 이는 한 달 전(8만5,275원)과 비교해도 7.5% 오른 수준으로, 특히 서울에서는 10kg당 도매가격이 최고 10만1,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과나무 과수화상병, 손실 보상액만 연평균 247억원 달해

전문가 사이에선 사과 수입에 따른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당장의 높은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서둘러 수입을 확대했다가 병충해 등이 발견될 경우, 추후 생산 감소와 방제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더 큰 피해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사과를 통해서는 과실파리류나 잎말이나방류 등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국제식물보호 협약(IPPC)에 따라 농산물을 수입할 때 일정한 절차를 밟고 있다. 수입 위험분석은 모두 8단계로 수출국의 요청 접수에서 시작해 수입 위험분석 절차 착수, 예비 위험평가,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위험관리 방안 작성, 수입 허용기준 초안 마련, 수입 허용기준 입안 예고, 수입 허용기준 고시 및 발효 등 순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절차는 식물방역법에 명시돼 있어 특정 절차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입 과일 위험분석 절차의 평균 소요 기간은 8.1년이다. 다만 사과의 경우 1992년 일본을 시작으로 총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마무리에 도달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분석 과정에서 일부 병해충에 대한 위험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철저하지 못한 검역으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다. 이는 2015년 불법 반입된 사과 묘목을 통해 유입된 과수화상병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미국에서 들어온 사과 묘목을 통해 유입된 과수화상병은 감염 시 식물의 잎과 꽃, 줄기, 과일 등이 검게 변하며 마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된 나무가 발견되면 반경 100m 이내 개체를 모두 폐기해야 하며, 발병 지역에서는 5년간 해당 과수나무를 심지 못한다. 과수화상병 유입으로 인한 손실보상액은 연평균 247억원에 달하며, 방제 비용으로는 약 365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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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 대응책 마련 필요성↑

수입 확대가 불러올 농가 수입 감소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과일 재배 적합지의 축소, 농촌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를 인위적으로 확대할 경우 노년층이 주를 이루는 사과 재배 농가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들의 과일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2022년 기준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은 55.0㎏으로 정점을 찍은 2007년(67.9㎏)과 비교해 19% 감소했다. 최근의 사과 가격 급등으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농가의 수입 급감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보다 근본적인 물가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농가 인구 대부분이 고령인 탓에 문을 닫는 과수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귀농하는 인구는 한정적이어서 생산량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청년 농가 확장이나 귀농 가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조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진단하며 “기후변화를 맞아 품종이나 재배 방식을 다양화하는 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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