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성과 R&D 강화하는 정부, DCP 아래 ‘예산 삭감-R&D 효율화’ 기조 확산 양상

'딥테크챌린지프로젝트(DCP)' 본격 확대, 성과 높여 R&D 효율화 노린다
'R&D를 R&D답게'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 DCP로 성과 보여줄까
대형과제 중심으로 R&D 재편, 세액공제율 상향 등 지원책도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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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의 도전·혁신적 연구개발(R&D)에 민관이 100억원 이상 투입하는 딥테크챌린지프로젝트(DCP)가 올해 대폭 확대된다. 지원 과제 수와 정부 R&D 출연금을 확대해 총지원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 해외 독점 검사장비기술, 차세대 전고체 이차전지용 파우치·배리어 핵심 기술 등 다양한 기술 수요를 검토 중이다. 적재적소에 지원금을 꽂아 넣음으로써 R&D 예산 삭감의 타당성을 몸소 보여주겠단 정부의 의지가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 DCP 본격화, 중기부 “R&D 대폭 뜯어고칠 것”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내달 17일까지 전략기술 테마별 프로젝트(DCP) 기술수요조사를 진행한다. DCP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우주항공·해양 등 12대 국가전략기술과 탄소중립 분야에서 파급력이 큰 기술개발에 약 100억원 규모 지분투자와 R&D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역량과 의지를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이 혁신적 R&D에 과감히 도전하도록 지난해 고위험·고성과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도입했다는 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중기부는 올해 5개 안팎의 DCP 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이차전지 화재·폭발위험 원천차단 열관리 소재와 최소 침습 수술을 위한 고굴절 유연 로봇 등 최종과제를 채택하고 각 과제를 수행할 기업 2곳을 선발했다. 중기부는 오는 6월까지 기술수요조사와 상세기획 과정을 거쳐 7월경 제안요청서(RFP)를 공고할 예정이다. 주요 지원 대상은 VC와 R&D 전문회사 등으로 구성된 스케일업팁스 운영사가 20억원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이다.

중기부는 역량·현장심층·발표 평가 등을 거쳐 각 RFP별 수행기업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며, 정부는 DCP 선정기업에 모태펀드 매칭투자 최대 40억원, 3년간 출연 방식 R&D 지원금 최대 36억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R&D 지원금이 최대 30억원이었지만 올해 20% 상향했다. 선정기업 입장에선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100억여원의 자금을 활용해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기부는 올해 DCP 프로젝트 2년 차를 맞아 세부 운영방식에 변화를 줬다. 기존엔 운영사가 공고 6개월 이내 투자한 기업을 추천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RFP 공고일 이후 투자한 기업만 지원 가능하다. 기존 투자기업군이 아닌 프로젝트에 맞는 기업을 발굴한다는 사업 취지를 위해서다. 중기부는 기초연구·응용연구·첨단기술개발 등 250여 개 프로젝트에 연간 41억2,000만 달러(약 5조4,900억원)을 지원하는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처럼 DCP를 계기로 실패 부담 없는 도전적 연구에 중소벤처기업 참여를 이끌겠단 목표다.

DCP 선정 기업에 중기부, “상용화 가능성 두고 판단했다”

올해 DCP로 선정된 기업은 우선 엔도로보틱스(로봇·바이오융합 분야)와 에스비티엘첨단소재(이차전지 분야) 두 곳이다. 이들 기업은 민간투자(20억원 이상)에 매칭해 지분투자 최대 40억원에 출연 R&D 30억원 등 대규모 지원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과정에서 스케일업 팁스 운영사와 PM 전주기 관리도 받는다. 두 곳 중 엔도로보틱스에 대해 중기부는 “기술개발 단계에서 임상 전략, 병원 수요 등을 반영할 수 있게 스탠퍼드대, 서울대 병원 등과 협력 중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수술 로봇 플랫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프로젝트 수행기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성과가 나타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지원을 결정할 수 있었단 것이다.

이차전지 분야 에스비티엘첨단소재에 대해선 “해당 기업은 파우치 필름 관련 다수 특허(19건)를 보유 중이며, 화재폭발 예방 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 품질 인증을 획득해 유럽 자동차사와의 협력도 가능하고, 이차전지용 파우치 시장의 높은 성장성과 해당 기술의 국산화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했다”며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파우치 필름 공급망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지원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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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4대 혁신 방안/사진=산업통상자원부

‘R&D 효율화’ 강조하는 정부, ‘R&D다운 R&D’ 시작되나

이 같은 중기부의 설명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감소 이후 ‘R&D 효율화’를 강조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는 이대희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의 “앞으로 R&D다운 R&D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R&D가 딥테크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마중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언급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실제 최근 정부의 R&D 예산은 고난도·고위험 과제 중심으로 전면 개편되기 시작했다. 단순 보조금 성격에 머물지 않고 R&D를 활용해 직접적인 산업 육성을 기획하겠단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소규모 요소기술 위주였던 R&D 추진 방식을 대형과제 중심으로 탈바꿈했다. 100억원 이상의 대형과제 수도 지난해 57개에서 올해 160개로 크게 늘렸고, 기업의 연구비 현금부담 비율을 최대 45%까지 인하함으로써 우수기업이 보다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 초격차 달성을 위한 미션 중심의 11대 분야·40개 초격차 프로젝트에 올해 신규 예산의 70%를 배정해 민관 합동으로 약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실패 확률도 높지만,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10대 게임체인저 기술 개발을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도 추진한다.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역량 높은 기업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민관 합동으로 총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업형 벤처캐피털펀드(CVC)를 조성해 혁신기업의 기술 사업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외 △국가첨단전략산업 기술혁신 융자 사업 신설을 통한 중소기업 R&D 활동 보조 △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10%p 상향 △R&D를 미션이 명확한 대·장기투자 체계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R&D 프로세스 개편 등도 함께 한다. 연구자 사이 R&D 예산 삭감이 논란으로 불거질 때마다 언급되던 ‘R&D를 R&D답게’, ‘R&D다운 R&D’가 현실화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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