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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해저 인터넷망 손상됐다, 격화하는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

홍해 해저 케이블 고장, 후티 반군이 침몰시킨 화물선이 원인?
이어지는 후티 반군의 '서방국 상선' 공격, 긴장감 고조
홍해 항로 막히며 운송비 급등,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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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해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홍해 인근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손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4일 홍해를 통과하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 3개가 서비스를 중단, 인도·파키스탄·동아프리카 등 지역의 인터넷 연결이 갑자기 악화됐다”고 전했다. 중단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침몰한 화물선 루비마르(Rubymar)호가 케이블에 손상을 입혔을 것이라 보고 있다.

분쟁 속 손상된 해저 케이블, 수리 지연 예상

이달 초 예멘의 통신사들은 “후티 반군이 홍해 해저 케이블망을 파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이동통신 시장조사기관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홍해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17%(2022년 기준)가 지나가는 요충지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광케이블망 21개가 이곳에 설치돼 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케이블망이 손상을 입으면 인근 지역에 막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이번 케이블 손상 이후 곳곳에서 지난달 18일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벌크선 루비마르호의 침몰이 케이블 손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단 후티 반군의 지원을 받는 예멘 통신부는 해저 케이블 손상에 대한 책임을 부인한 상태다.

문제는 지역 정세가 불안정한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차후 인터넷 서비스 정상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케이블 설치 선박은 운항 속도가 느려 분쟁 지역 진입 시 표적이 되기 쉽다. 홍해 지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손상된 케이블의 운영업체 중 하나인 시컴 측은 올해 2분기는 돼야 수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후티 반군 공격에 가라앉는 상선들

업계에서는 홍해 인근 해저 인터넷망의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후티 반군이 홍해 내 상선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Hamas) 전쟁 발발 이후 본격화했다. 당시 후티 반군은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며 이스라엘로 가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이스라엘로 향한 모든 선박이 공격당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같은 해 11월 후티는 자신들이 이스라엘 화물선을 나포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로도 무인기와 탄도 미사일 등을 동원해 여러 상선을 공격했다. 올 1월 영국의 유조선 말린 루안다(Marlin Luanda)호가 미사일 공격으로 화재 피해를 겪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후티 반군은 말린 루안다호 공격을 통해 유조선을 향한 공격을 본격화했다. 원유 주요 생산지인 아랍권 국가를 거리낌 없이 도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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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케이블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루비마르호는 지난달 18일 후티의 공격을 받은 뒤 북쪽으로 표류하다가 기상 요인과 해상 강풍으로 인해 지난 2일(현지시간) 완전히 침몰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선박이 침몰한 최초의 사례다. 피해 사례가 누적되자 글로벌 해운사, 석유 업체 등 항로 이용이 필수적인 업체들은 후티의 공격을 피해 홍해를 우회해 이동하고 있다.

국제 관계 긴장감 고조, 차후 흐름은

이어지는 후티 반군의 공격은 국제 무역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겼다. 홍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 운하로 연결되며, 세계 해운 물동량의 15%가량을 담당하는 항로다. 홍해가 봉쇄될 경우 수많은 물자가 갈 길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홍해 내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올해 해상운송료가 올해 150%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해상 운임이 100% 상승하면 OECD 38개국의 수입 인플레이션이 약 5%p 상승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곡물·원유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9.97달러(종가)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6일 이후 최고치다.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 미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견제 등으로 원유 운송에 차질이 생기며 유럽에서 디젤유 부족 문제가 발생한 결과다.

항로 봉쇄로 인한 위협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의 제재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이 연대하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정당 하마스는 미국 등 서방국이 국제 테러(international terrorism) 단체로 지정한 무장 정파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을 자행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두 국가의 휴전 협상이 사실상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후티 반군의 움직임이 팽팽한 국제 관계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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