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는 끝나지 않았다, 청년층 과시소비 성향 재조명

pabii research
한국인 1개월당 과시성 소비 금액, 미국보다 높아
꺾이지 않는 MZ세대 '플렉스' 문화, 당연해진 과시소비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자격지심이 과시소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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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불황 속 한국인의 ‘과시성 구매’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다수 한국인이 일상적인 지출 수준을 조절하고 있지만, 기념일 등에 고가 상품을 구입하는 ‘스몰 럭셔리’ 지출은 좀처럼 아끼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27일 딜로이트컨설팅은 19개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지출 아껴 ‘나를 위해’ 쓰는 청년층

딜로이트컨설팅은 한국에서 지출을 아끼는 소비 패턴이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다수 한국인이 ‘무조건’ 돈을 아끼기보다 자기 주도적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층이 ‘무지출 챌린지’, ‘현금 챌린지(현금만 이용하는 것)’ 등을 통해 일상 속 낭비를 최소화하는 한편, 해외여행·취미 활동 등 자신을 위한 소비를 망설이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자기 주도적 소비의 예다.

‘과시성 구매’ 성향 역시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한 달간 과시성 구매에 8만원을 사용한다. 이는 미국 소비자(약 6만원, 45달러) 대비 소폭 높은 금액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 직장인 평균 연봉이 8만3,464달러(약 1억1,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국내 직장인 평균 연봉은 4,214만원에 그친다는 점이다. 평균적인 소득 수준이 약 2배가량 차이남에도 불구, 국내 소비자가 한층 활발한 ‘자기 보상’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한 달 내 과시성 구매를 한 미국 소비자는 △스트레스 해소 및 위안(22%) △취미 여가(15%) △실용성(12%)을 위해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국 소비자의 구매 유도 요인은 △실용성(15%) △스트레스 해소·위안(15%) △취미·여가(13) 순이었다. 이와 관련 딜로이트컨설팅은 “미국 소비자는 먹고 입는 것으로 자신의 생활 수준을 표현하지만, 한국 소비자는 경제 불안 탈출 심리와 자기만족을 위한 실속 지향 소비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과시소비의 출발점은 플렉스 문화?

이 같은 ‘과시소비’ 경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MZ세대를 강타했던 ‘플렉스(Flex, 뽐내다·자랑하다)’ 문화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MZ세대는 1980∼1994년생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생을 지칭하는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본질적으로는 상당히 넓은 연령대를 포괄하지만, 주로 20∼30대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플렉스 문화는 이들의 ‘사치성 소비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성에서 출발했다.

2020년 구인·구직 사이트인 ‘사람인’이 20∼30대 3,0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1%가 플렉스 소비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이유로는 △자기만족이 중요해서(52.6%, 이하 복수응답)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어서(43.2%)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 같아서(34.8%)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서(32.2%) △삶에 자극이 되어서’(22.2%) 등이 지목됐다.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라는 답변도 7.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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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소비를 통해 구매하고 싶은 품목으로는 고가의 명품(40.8%, 이하 복수응답)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세계여행(36.7%) △음식(27.0%) △자동차(24.6%) 등 순이었다. 지출 비용 가능 비용으로는 500만원 미만(66.0%)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500만∼1,000만 원을 쓸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17.6%에 달했다. 조사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다수 청년이 경제·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금액대다.

청년층 과시소비의 본질적 원인은

플렉스 문화는 어떻게 청년층의 마음을 빼앗았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오히려 과시소비 욕구로 치환됐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근로소득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재, 청년층이 명품 구입·호화로운 여행 등을 통해 자기보상 심리를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취업난, 경제적 여유 부족 등으로 인한 ‘자격지심(自激之心)’을 감추기 위해 불건강한 과시를 이어가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심화하며 부(富)의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인식이 보편화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스스로를 빈곤층으로 인식한 청년들이 일시적인 ‘대리 만족’을 느끼기 위해 과시소비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해 부를 축적한 이들에 대한 동경이 ‘플렉스’ 문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플렉스 문화의 유행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청년층들의 고질적 ‘과시소비’ 경향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과시소비는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과소비로 이어진다. 머지않은 미래 한국의 경제를 떠받칠 청년층들이 ‘내일이 없는’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욜로(You Only Live Once, 현재 자기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 가치관은 당장 확실한 행복을 안겨줄 수는 있으나, 미래에는 결국 또 다른 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이 청년층이 돈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상기하고, 체계적인 소비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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