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려온 ‘횡재’ 어떡하나, ‘횡재세’ 논의 급물살에 찬반 논쟁도 ‘활활’

유럽 횡재세 도입·제안 사례 30개 넘어 대중의 위기를 초과이익 기회로? “국민은 허덕이는데” 횡재세, ‘조세 정의’인가 ‘세입 메우기’ 수단인가

우르졸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인텔

유럽의 ‘횡재세(windfall tax)’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대형 은행과 에너지 기업뿐 아니라 보험, 제약, 식품 등 광범위한 분야의 기업들이 부과 대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은행의 성과급 파티 이후 횡재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횡재에 대한 찬반 논의가 여전히 치열한 만큼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럽서 횡재세 ‘물결’, 적용 범위도 ‘확장’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현재까지 유럽 전역에서 횡재세가 도입되거나 제안된 사례가 30개를 넘는다. 국가별로 보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4개국이 자국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계획을 밝혔고, 특히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은행도 표적으로 삼았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들에 40% 세율의 일회성 세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시 발표가 있은 직후 유럽 증시는 한꺼번에 휘청인 바 있다.

당초 횡재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막대한 실적을 올린 에너지 기업에 ‘연대 책임’을 강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최근 들어선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헝가리는 보험사를 포함한 모든 금융 기관과 제약사들을 횡재세 부과 리스트에 올렸고, 포르투갈은 지난해와 올해 초과 이익을 거둔 식품 유통업체로부터 33%의 세금을 걷겠다고 발표했다. 전방위적 징세에 나선 국가들도 있다. 크로아티아는 2022년 기준 3억 쿠나(약 58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모든 기업에 ‘추가이익세(Extra Profit Tax)’를 물릴 예정이며 불가리아 역시 올해 7~12월 추가 이익을 낸 기업에 업종 불문 33%의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은행권 역대급 성과급 파티에, 국내서도 횡재세 논의 ↑

국내에서도 횡제새 도입 논의가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건 은행권이었다. 은행권은 지난해 예대마진 증가로 올해 사상 최대의 성과급을 나눠준 바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기본급 대비 400%, 신한은행은 361%, KB국민은행은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에 정치권은 “이자수입으로 시중은행들이 수입을 거둬들였다”며 횡재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전문가들 또한 “은행의 이자수익은 국민의 가계부채 고통이 뒤따른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 일부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에 은행들만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의견이다.

정유업계로도 불똥이 튀었다. 지난해 정제마진 상승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정유업계 또한 올해 초 적잖은 성과급을 챙겨간 바 있다. 특히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SK이노베이션은 4조6,822억원, GS칼텍스는 4조309억원, 에쓰오일은 3조5,656억원, 현대오일뱅크는 2조7,77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정유사들의 수익 창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10일 오전 9시 4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횡재세 도입 기자회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용혜인 국회의원실

“과도한 징벌적 정책” vs “조세 정의”

다만 횡재세 도입에 대한 의견은 철저히 갈리는 편이다. 과도한 징벌적 정책이라며 반대하는 의견과 조세 정의라는 관점에서 정당하다는 의견이 혼재돼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정부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횡재세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KPMG에서 글로벌 조세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그랜트 워델-존슨은 “금리 상승과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 따른 정부 지출 증가로 부족해진 세입을 메우기 위해 횡재세를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초과이윤의 정의와 과세 범위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다. 김무열 부산광역시의회 연구위원은 “과연 어디까지가 노력의 대가이고 어디부터 횡재로 정의해야하나”라며 “이를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입안자들이 적정이익률을 사전적으로 정의해 시장을 규제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민간이 혁신을 통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기회를 막을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횡재세가 오히려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조세 정의’를 주장하는 이들은 전력, 식량 등 필수품 가격 급등으로 다수가 생활고를 겪고 있는 만큼 횡재세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크리스티앙 할럼 조세 정의 정책 책임자는 “수백만 명이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횡재세는 직관적으로 공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담당 부국장인 샤픽 헤버스도 “사후적으로 일회성 세금을 물리는 것보단 횡재세 등 영구적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위기는 일반적으로 대중의 희생을 수반하나, 위기를 기회로 초과이익을 누리는 곳도 분명 존재한다. 서민과 취약계층이 급등한 난방비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을 때 국내 정유사와 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적어도 이 같은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횡재세 도입에 대해선 소급입법 문제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바, 실효성 측면에서 보다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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