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태원 참사’에 사실 주범은 없다

‘이태원 참사’ 두고 벌어지고 있는 비례 편향적 사고 정부와 지자체 책임 여론, 과연 타당한가 원인이 반드시 결과에 비례해 크지 않을 수 있다

심리학에는 ‘비례 편향’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같이 엄청나게 큰 사망 사건은 그에 비례하는 상당히 거대한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라고 믿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성이다. 예컨대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총에 맞았지만 살았다거나, 죽었다는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그러고 나서 총을 쏜 사람이 단독범일지 아니면 뒤에 큰 배후가 있을지 묻는다. 그러면 같은 사건임에도 그 결과가 훨씬 컸을 때인 대통령이 죽었을 때 단독범의 소행일 리가 없으며, 훨씬 오래전부터 계획된 조직범죄일 것이라고 원인을 확대 추론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게 바로 비례 편향의 대표적 사례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가진 비례 편향적 사고를 보여줬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3.1%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책임이 없다’는 응답은 23.3%에 그쳤는데, 이는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는 좀 더 거대한 조직이 그 원인 제공을 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확률이 높다. 정부·여당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거대 정부 조직인 경찰의 안이함과 무능함이 사태를 키웠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용산경찰서 잘못 크지만, 사건의 원인은 결과에 비해 사소하다

문제는 과연 비례 편향적 사고가 타당하냐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3일 자신이 기고한 칼럼에서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우리 머릿속에 이런 사고의 가능성 자체가 애초에 들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꼽았다. 지금 시점에서는 용산경찰서의 군집에 의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서가 삭제됐다는 정황이 보도됐기에, 폐기된 가설이긴 하다. 다만 진 전 교수의 지적은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다. 이번 참사가 무지막지한 사건이지만, 그 원인은 전혀 무지막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그저 젊음을 즐기고 싶었던 젊은 남녀들의 작은 욕심과 이기심이 합쳐져서, 용산경찰서 수뇌부의 약간의 안이함과 사소한 욕심이 합쳐져서 정말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불과하다. 경찰의 준비성과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나 사후적인 측면이 크다. 사람이 압사당하는 데 걸린 시간이 10분도 채 안 되는데 어떻게 경찰이 다 막아낼 수 있었을까?

결국 비례 편향에 의한 소위 ‘정부 책임론’은 비합리적인 인과 추론을 범하면서도 자신이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죽어도 인정하기 싫은 한국인들의 자화상일 뿐이다. 진중권 전 교수의 말대로 “나랏돈으로 12년 동안 의무교육을 시켜줘도 우리는 ‘인과적’ 사고보다 ‘응보적’ 사고에 익숙하다”는 게 한국인 대다수의 본질이며 그의 다음 문장인 “원인을 찾는 논리적 담론보다 책임을 물을 범인을 잡는 놀이를 좋아한다”는 말은 21세기임에도 한국인들이 범하기 쉬운 ‘원시부족적 사고’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응보적 사고 등 비합리적 사고관 개선하기 위한 교육과 언론 보도 양태 바뀌어야

사실 비례 편향적 사고에서 오는 전형적인 오류가 응보적 사고다. 큰 결과를 낳았으면 그에 비례해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고 더 큰 책임이 있으며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고이다. 문제는 응보적 사고의 비합리성이다. 일례로 범죄심리학 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살인범들은 제소자들 중 가장 위험한 부류들이 아니다. 전과 전력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벌금형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성범죄자들이 재범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도소 수감 경력이 있는 전과자들이 공통으로 범죄자 중에서도 성범죄자들의 인성이 최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흥미로운 점은 기독교에서는 응보적 사고를 지양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구약 성서의 ‘욥기’는 응보적 사고로 신의 섭리를 해석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인간의 상식과 추론을 넘어서는 신의 진리가 있다는 식이다. ‘신’을 다른 말로 하면 ‘아직 과학적으로 분석되지 않은’이라는 구절로 대체 가능한데 이 경우 많은 사람이 수긍할만한 명제가 된다. 많은 사건의 바탕에는 인간의 단순한 사고 과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법칙이나 원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천 년 전의 구닥다리 문헌에 불과한 구약 성서가 말하고 있는 인간 사회의 습성과 원리에 대해 현대 사회의 한국인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결국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초·중등 및 고등교육 과정에서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설계해야 하며, 언론 보도나 정치권 역시 여론몰이와 비합리적 사고가 지배하는 정치적 프레임을 짜는 것을 넘어서서 논리적인 진실 보도를 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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